(전)대한한의사협회장, 김필건 동문(한의학과 졸업)을 만나다!
(전)대한한의사협회장, 김필건 동문(한의학과 졸업)을 만나다!
※ 인터뷰 기사는 동국 커뮤니티 Vol.10(2013년 가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 김필곤 선배(한의학과 81학번)
대한 한의사협회장
강원도 정선 골짜기에 자리 잡고 묵묵히 치료와 공부에 몰두했던 김필건 선배님.
이런 그가 밖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한의학이 고사되는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그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또 한의계의 미래를 위해 녹록지 않은 길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어머니의 새벽 밥상
처음부터 한의사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적성도 그렇고,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 지냈기 때문에 법대에 진학해서 집안을 일으켜보고자 했습니다.
돌연 한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큽니다. 어머니는 제가 중학생일 때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큰 병원에 입원을 했지만 증상은 심해졌고, 병원에서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퇴원 조치를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때 소원을 했어요.
절대자가 있다면 어머니를 살려 달라고, 그러면 앞으로 나쁜 짓 하지 않고 살겠다고 말이죠.
마침 그 당시에 한의대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개업한 아주 먼 친척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어머니 치료를 시작했는데, 3개월쯤 되었을까요?
아예 몸을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던 분이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회복되어 제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땐 어머니께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어요.
비록 한쪽 팔, 다리가 여전히 불편하긴 하셨지만 학교가 멀어 첫 차를 타고 가는 아들을 위해 매일 아침 새벽밥을 해 주셨습니다.
대학 원서를 쓰는 그날 아침도 그랬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잠을 깨고 눈을 겨우 뜨니, 새벽 밥상을 차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그 순간, 중학교 때 소원했던 마음이 다시금 떠올랐고, 한의대를 가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정선에 살으리 랏다
한의대에 입학했지만, 80년대 캠퍼스가 그러했든 대학시절에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치열한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것도 많았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인연을 다 끊자 결심하고 졸업 후에 들어간 곳이 바로 강원도 정선입니다.
이곳에서 개업을 하고,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씩 치열하게 공부를 했어요.
처방이 안 나오면 밤새도록 자료를 찾아가며 치료법을 찾고자 노력했지요.
산속 골짜기였지만 많은 환자들이 찾아왔고,
모친처럼 병원에서 어렵다고 한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을 때는 특히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곳에서 어머니도 20여 년 모셨습니다.
비록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중학생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제가 어느덧 자라서
어머니를 치료해줄 수 있게 되었으니 한의사가 된 것에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의계를 지켜라
정선에서 평안한 일상을 보내던 제가 다시금 세상 밖으로 나선 것은 제도적으로 한의계가 고사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작년 ‘천연물 신약’건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버드나무에서 아스피린을 추출하는 것과 같이 한약에서 특정 성분을 뽑아서 신약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약 자체를 농축해서 만든 것을 천연물 신약으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었어요.
이는 한의학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극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목소리를 내고 보니 올해 제41회 대한 한의사협회장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대한 한의사협회 사상 첫 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였던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한의학의 정체성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연물 신약’ 문제와 더불어서 저는 한의사들의 진단 기기 사용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방 의료도 100년 전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는데,
한의사들에게는 100년 전과 똑같음 침, 뜸, 부황, 한약만 사용토록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안건에 대해 지난 9월 8일, 대한 한의사협회 최초로 사원총회를 성사시켜
‘비(非) 의료인과 함께하는 치료용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한시적 사범 사업’을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한의사 우리 스스로가 한의계 미래를 지켜가야 함은 분명합니다.
임기 동안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또 한의학을 공부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