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에서 쌓은 경험이, 병원에서 생명이 되었습니다." - 간호학과 17학번 강우엽 동문
안녕하세요, 동국인 여러분!
지난 1학기에 진행되었던 ‘2025 WISE Dongguk 진로•직무 박람회’를 기억하시나요?
직로•직무 박람회에서 후배들을 위해 직무 멘토로 참가한 간호학과 17학번 강우엽 동문을 학생홍보대사 동행이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간호사를 꿈꾸게 된 계기, 그리고 이 길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고민과 과정이 있었는지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동국대학교 간호학과 17학번 강우엽입니다. 2021년 3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서울아산병원 소아혈액종양과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립병원인 MNGHA에 합격해 근무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간호사이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 간호사 지인들이 많았고, 대부분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나도 누군가를 도우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간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안정적인 면허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사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했는데, ‘사람을 가르치고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 결국 수능에 다시 도전했고, 점수에 맞춰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길을 거쳐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지금은 이 선택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Q. 현재 근무하고 계신 병원과 부서에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저는 서울아산병원 소아혈액종양과에서 근무했습니다. 이 부서는 백혈병, 림프종, 고형암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치료받는 곳으로,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이 많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무균적인 간호와 세심한 관찰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간호가 필요합니다.
하루는 인계를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후에는 담당 환아들의 활력징후와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하는 라운딩을 진행하고, 혈액검사 결과 등을 체크한 후 이상 소견이 있으면 바로 담당의에게 보고합니다. 의사 회진이 끝난 후에는 변경된 처방과 지시에 따라 항암제 투여, 수혈, 드레싱 등 주요 간호 처치를 시행합니다.
CT, MRI 등 검사 준비를 비롯해 입·퇴원 관리, 다음 날 일정 확인, 약카드 및 처치카드 점검 등도 담당합니다. 환아 상태가 급변하거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Q. 간호학과 재학 시절, 실제 병원에서 일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수업이나 실습이 있다면?
기억에 가장 남고, 실제 임상에서도 큰 도움이 됐던 수업은 아동간호학 실습이었습니다. 훌륭한 교수님들의 지도 아래,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돌보며 간호사라는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나도 이런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실제로 그 꿈을 이룰 수 있어 참 의미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PBL 시뮬레이션 실습이었습니다.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역할을 나눠가며 대응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그 당시엔 ‘과연 현실에서도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지만, 막상 임상에 나와보니 오히려 더 복잡하고 빠른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습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과 우선순위 판단, 그리고 협업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Q. 간호사로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여러 순간이 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제가 담당하던 환아와 보호자분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칭찬카드를 써주셨던 일이에요. 또 환아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저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줬고, 투병기를 책으로 출간하면서 ‘Thanks to’에 제 이름을 적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규 간호사 시절, 힘들어하며 일하는 제 모습을 본 환아가 그 장면을 글로 써주었던 게 참 감동이었어요. ‘그래도 내가 저 친구들의 가장 힘든 시기에 작은 좋은 기억이 되어줬구나’ 싶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오랜 시간 함께했던 환아가 세상을 떠났을 때였습니다. 가족보다 더 자주 봤던 아이들이기에, 보호자분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고, 이별의 슬픔은 정말 가족을 잃은 것처럼 크게 다가왔습니다.
Q. 간호사는 협업이 중요한 직업인데요, 팀워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나 스킬이 있다면?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착한데 일 못하는 사람 vs 나쁜데 일 잘하는 사람’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전자 쪽에 가깝습니다.
몇 년간 팀워크 중심의 업무를 하다 보니,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어도 의료 현장에서는 혼자 일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모두가 바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여유를 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이 모든 어려움의 이면에는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시스템 자체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신입 간호사 시절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궁금합니다.
3교대 근무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몸 상태도 확연히 나빠지는 게 느껴졌어요. 그 와중에 공부할 게 정말 많았죠. 질병, 약물, 병원 시스템, 전산 처리 등 모든 것이 새로웠고, 학교에서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저도 많이 버거웠습니다.
그래도 성실하게, 업무에 몰입해서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퇴근 후엔 병원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신규 1년 동안은 집에만 있지 않고, 다양한 추억을 쌓으려 노력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후배 간호사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열심히 배우려는 태도는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가장 큰 무기라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런 사람은 오히려 미숙하고 안타까운 사람일 뿐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고,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Q. 최근 의료 현장의 변화 중에서 특히 관심 있게 보고 계신 분야가 있다면?
아직 깊이 공부해보진 않았지만, AI 기반의 유전체 분석과 정밀의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원에 진학한 선배들 중 이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이 있고, 임상 현장에서도 유전적 요인이 질병의 예후나 치료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종종 접하곤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간호 현장에도 더 넓게 적용되어, 많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여러 시선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길을 뚝심 있게 선택한 여러분께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이상 강우엽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강우엽 동문의 조언처럼 어떤 상황 혹은 환경에 집착하기보단 그 속에서 나의 노력을 믿고 빛나는 기회를 잡는 동국인 여러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바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협조해 주신 강우엽 동문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사진. 학생홍보대사 동행 18기 이서연(유아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