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WISE 인터뷰

타인을 위한 마음과 일상을 대하는 꾸준함이 결국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 김영훈 영어영문학과 교수

등록일 2024.02.23. 작성자 관리자 조회 2787

김영훈교수

 

Q. 먼저 교수님의 약력과 전공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네, 안녕하세요, 영어영문학과의 김영훈입니다. 제 전공은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입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대중매체가 역사적으로, 미학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떻게 현대사회의 정치경제 조건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1990년대 후반 이후 HBO, AMC, 그리고 Showtime과 같은 미국의 케이블 방송국에서 제작된 텔레비전 드라마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최근에는 Netflix, Amazon Prime의 작품들도 관심 깊게 보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최근 미국 현대 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대표작 <엉겅퀴에 열린 무화과>을 번역 출판하셨습니다. 

특히, 이 번역은 빈센트 밀레이의 <A Few Figs from Thistles>의 국내 최초 완역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 책을 번역하시게 되었는지, 의미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A. 빈센트 밀레이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 중 한 명이었습니다. 20세기 초 미국 시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엇,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와 같은 모더니즘 계열의 남성 시인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 그 시대의 문학 지평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매우 제한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선택적으로만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여기에는 제한된 자원의 문제, 남성 중심의 문학사, 외국문학이기에 가질 수 밖에는 없는 파편성,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내에 좀 더 다양한 시인과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의 기억, 혹은 문학사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기입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일반 독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면, 앞으로도 빈센트 밀레이와 같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시집

< 김영훈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번역 출판한 시집 >

 

Q. 특히, 이 번역서들은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통해 영어영문학과 학생들과 함께 번역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의미와 성과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저는 영문학 전공자, 혹은 외국 문학전공자로서, 항상 제가 하는 공부나 연구의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우리의 것도 아닌, 그들의 것을 과연 나는 왜 공부하는가? 가령 국문학이나, 국사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에게는 매우 명확한 정당성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언어와 시간을 우리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고, 사실 또한 그렇기에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에서 한국인이 영문학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그들 보다 잘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영문학은 결국 그들의 문학이고, 그들의 문제입니다. 

학생들과도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도대체 지금 우리가 왜 이 수업을 함께 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어떤 의미를 찾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이건 강의 목적과 학습목표를 설정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저는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학생들이 참여하는 번역 작업에서 나름대로 답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문과의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참여한 학생은 누구나 교수와 함께 수업시간에 직접 번역을 해보고, 본인들이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시간이 지나,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수업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저는 제 수업이 지금 여기와 좀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저와 학생들이 함께 경험하고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고요. 한 권의 시집을 번역하고, 소개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저와 학생들의 수업을 교실 밖으로 이끌어 주는, 어떤 제스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교수님께서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 주제는 무엇일까요?

 

A. 최근에는 번역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기서 번역은 빈센트밀레이의 <무화과> 번역과 같은 문학 작품의 번역 뿐만 아니라, 문화의 번역 그리고 나아가 학문의 번역을 의미합니다. 가령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빨강머리 앤의>의 한국화입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이 캐나다의 국민소설이 번역되고 재생산되었는지에 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결국 제가 하는 영문학 연구란 영어로 논문을 쓴다 해도 번역된 영문학입니다. 과연 어떠한 국경과 경계를 넘나드는 시선이 우리의 번역된 영문학에 정체성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WISE캠퍼스가 키우는 인재를 '현명한 미래 인재 Wisian(와이지안)'이라고 부릅니다. Wisian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아, 이 질문은, 좀, 난처하네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선생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 자신이 행복해지기도 바쁜 작은 사람입니다. 그런 저에게 현명이라는 경지는 가늠이 안됩니다. 

저는 그저 우리 학생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너무 노력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순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 너무 노력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나를 위한 결심보다, 타인을 위한 결심이 더 중요합니다. 자신을 위한 노력은 종종 우리를 어두운 감정에 빠트리게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 내가 노력해서, 내가 이룬 성과! 모두 우울과 교만입니다. 과연 우리 삶에 혼자서 이룩한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삶은 생각보다 굴곡이 많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긴 여정입니다. 자신의 성취와 실패에 도취하지도, 좌절하지도 마시길 기원합니다. 타인을 위한 마음과 일상을 대하는 꾸준함이 결국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합장